일반 계시판

12월의 기도/조규옥<1206>

가마골 2022. 12. 3. 20:55

- 12월의 기도 / 조규옥 -

마지막 달력을 벽에 겁니다. 

마지막 남은 달력 한장이
차가운 겨울 바람에
떠날 채비를 서두르고
있습니다

뒤돌아 보면
낮은 곳으로 내려가겠다는
다짐은 간 곳 없고
높은 곳으로 오르려고
버둥대며 살아 온
삶이었습니다

이제 참회의 촛불을 켜렵니다
어려운자들과
고통 받는자들에게
열리지 않았던 가슴을

마지막 남은

단 며칠만이라도
활짝 열어 그들과 함께
하게 하소서

겨울 숲 빈 나뭇가지에
밝게 스미는 햇살처럼
저 마다의 가슴 속에
한 줄기 사랑의 빛이
스미어 오래도록
머물게 하소서

그리하여 모두가
희망으로 가득 찬
새해를 맞이하게 하소서

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 
흰 머리카락이 
더 많이 섞이고 
마음도 많이 낡아져가며 
무사히 여기까지 
걸어왔습니다. 

📚 12월의 기도 📚

"가라, 옛날이여!
오라, 새날이여!
나를 키우는데
모두가 필요한
고마운 시간들이여!"